[12월 24일 매일신문 기사내용]
수업 혁신과 수시 맞춤형이 낳은 대구고의 기적
(작년 7명 수도권 합격 올해 51명이나…배움의 공동체가 성과 비결)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대구고는 작년 5명에 불과하던 수도권 대학 합격자가 52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구고 교사들의 수업연구회 모습. 대구고 제공
대구고가 올해 대입수시모집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기피 공립고'에서 일약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의 떠오르는 기수로 변신했다. 대구고는 2014학년도 수시모집 최종합격자를 집계한 결과, 작년 5명에 불과하던 수도권 대학 합격자가 52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목고도, 수성학군 고교도 아닌 대구고가 이런 성과를 거둔 비결은 뭘까.
◆대구고, 자공고 1기생의 약진
대구고는 일반고에서 자공고로 전환한지 올해로 3년 차다. 자공고 1기생이 첫 대학입시를 치른 것이다.
23일 대구고에 따르면 이번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 최종합격자는 수도권 52명, 대구경북 238명 등 총 290명이다. 전교생 407명 중 71%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작년 대구고의 전체 수시 합격자는 119명에 불과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 합격자가 크게 늘었다. 서울대 합격자만 없을 뿐 고려대 10명, 연세대 4명, 경희대 6명, 한양대`중앙대 각 4명 등 이른바 '인(In) 서울 10개 대학'에 수도권 의예과를 포함 34명이 합격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논술 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수시 역전의 용사'도 여러 명 배출했다. 수능에서 국어 6등급, 수학 3등급, 영어 6등급을 받은 학생이 아주대 물리학과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했고, 국어, 수학, 영어 모두 2등급을 받은 한 학생은 중앙대 의예과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것.
대구고의 약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학교가 도심공동화 지역인 남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준길 3학년 부장교사는 "1등급 학생 수가 과목별로 2~4%에 불과한 대구고는 한 반에 1등급이 즐비한 수성학군 고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수능 중심의 정시로는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힘든 성적의 아이들을 위해 수시 맞춤형 진학지도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구고는 수학경시대회, 과학탐구 토론대회 등 교과별 6~10개의 교내 경시대회를 운영하고, 2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12개 팀의 학술동아리를 운영했다. 3학년 교사들은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채워주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학생의 정보를 교환했다. 입시 성적이 우수한 수도권의 고교들을 찾아가 직접 한 수 배우기도 했다.
"대구에서 내신 3.5등급인 학생은 당연히 지방 사립대에 원서를 내는데, 서울에서 내신 3.5등급을 받은 학생은 얼마든지 '인 서울'을 하더군요. 그곳 선생님께 비결을 물었더니, '대구에선 입학사정관 준비 안 해요?'라고 되물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대구고는 학생들의 수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올해 5, 6월 수도권 33개 대학 입학팀을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가졌고, 수시모집을 대비한 자체 논술강좌, 적성고사 대비반, 입학사정관 면접대비반, AAT대비반도 연중 운영했다. "수시 4개 전형별로 강점을 가진 학생들을 골라 준비시켰다"고 안 교사는 말했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이 낳은 기적
대구고에는 지난 3년간 자공고 예산으로 매년 2억원 안팎의 자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학교가 바뀐 결정적 계기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이한 문화 덕분이다. 2011년 1학년 교사들 12명은 자발적으로 '대구고 배움의 공동체'를 조직했다. 이들 교사들이 3학년까지 같이 올라오면서 수업 혁신을 이끌며 학교 문화의 변화를 가져왔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은 일본학생들의 등교거부, 이지메, 비행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시작된 수업 혁신 프로그램이다. 도쿄대 사토 마나부 교수가 주창한 이 운동의 정신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그의 저서에 잘 담겨 있다. 안 교사는 이 운동을 배우러 직접 일본의 학교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이 운동의 목표는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자'이다. 교사가 무엇을 가르쳤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정말로 배웠느냐가 초점이다.
그러기 위해 과거 수업 방식을 버려야 했고 수업혁신이 절실했다. 교사들이 가장 꺼리는 수업 공개부터 시작했다. 매주 수업 공개 후에는 '수업연구회'를 조직해 토론하고 노하우를 주고받았다. 수업연구회에서는 의례적 칭찬이나 지적`조언은 금하고, '어떨 때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났는가'에 주목했다. 이런 열정들이 이어져 교사들은 매시간 교과서가 아니라 직접 만든 교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안 교사는 "이렇게 3년을 했더니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지 않고, 선생님들도 강력한 동료애가 구축됐다"며 "학생들의 학업성적도 입학 당시보다 향상됐다"고 했다.
이용도 대구고 교장은 "학생들, 교사들 간에 경쟁을 버리고 협력을 중시하는 게 배움의 공동체 정신"이라며 "학생들이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수업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